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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
쥘리에트 일레르 글ㅣ세실 도르모 그림ㅣ김희진 옮김ㅣ탐ㅣ176쪽ㅣ1만5000원
아이나 어른이나 새 옷을 사면 “오 예!” 신이 난다. 옷을 잘못 입은 날이면 온종일 기분이 찝찝하다. ‘패션의 제국’을 쓴 프랑스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는 옷을 이루는 조그만 천 조각들을 통해 사람은 내적 자아와 겉모습이 새롭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새 옷을 입으면? 우울, 경쾌, 세련, 엄격, 오만, 순진, 자유분방 등 오만 가지 분위기를 새롭게 낼 수 있다. 오죽하면 프랑스 사회학자 장클로드 코프만은 인류에게 가방이란 달팽이의 껍데기 같은 것이라고 했을까.
밤낮 입고 벗는 옷을 통해 ‘패션’이란 도도한 흐름을 들여다보고, 그 틈 사이마다 실처럼 박힌 철학적 담론을 패션 잡지처럼 담아낸 그래픽노블이다. 유럽에서 패션이 싹트기 시작한 1370년부터 블랙 미니 드레스가 인기인 오늘날까지 인류를 지배해온 생각의 역사를 패션으로 꿴다. 철마다 바뀌는 패션을 다뤄서 왠지 가벼울 것 같고, 이름 낯선 철학자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지만,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옷으로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풀어줘 보는 재미와 머릿속 포만감을 동시에 채울 수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밥 한 끼 대신 새 원피스를 사는 건 어리석은 일일까? 20세기 정치 철학자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는 고맙게도 그렇지 않다고 말해준다. 냉장고보다 옷장을 더 아끼는 건 현실의 쾌락을 ‘표상의 쾌락’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란 것. 인간은 현실이 아닌 정신적 표상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존재다. 쉽게 말해 배불리 먹는 것보다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자신을 보여주는 데 더 만족할 수 있다.
September 12,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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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밥 한 끼 대신 원피스 사는 게 뭐 어때서!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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