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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밥의 생각을 전환하자 - 한국농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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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김경민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김경민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생뚱맞은 시기에 생뚱맞은 말을 한마디 적고 싶다. 그것은 밥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다. 전 세계의 기후변화가 시시때때로 변화하면서 우리의 에너지 충전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밥이다. 그러나 밥은 많은 위기를 지니고 있다. 가장 전통적으로 밥의 재료는 우리가 백미(白米)라고 부르는 흰 쌀이다. 따라서 ‘밥’이라고 하면 당연히 백미로 지은 흰 쌀밥을 뜻한다. 그런데 최근 웰빙 바람을 타면서 현미(玄米)로 만든 현미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벼의 겉껍질(왕겨)이 벗겨진 것이 현미이고, 백미는 호분층(糊粉層)이라고 하는 현미의 바깥층이 제거된 것을 말한다. 즉 현미는 벼알에서 왕겨만 제거하면 되지만 백미는 현미를 둘러싸고 있는 딱딱한 바깥층을 정미기로 깎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도정(搗精)이라고 한다. 정미소에서 어느 정도 도정되느냐에 따라서 10 분도미(分搗米)까지 쌀이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 숫자가 높을수록 쌀알이 많이 깎여 나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현미의 바깥층이 제거된 백미는 현미보다 전분과 단백질을 포함한 각종 구성성분이 약간씩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현미에는 쌀의 눈(胚芽)이 그대로 있지만, 백미는 가공되는 과정에서 그 눈이 제거되어 그만큼 영양적 손실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쌀 한 가지만 먹는다면 영양 측면에서는 백미보다 현미가 우수한 그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밥을 현미로 짓지 않고 백미로 지었을까? 지금처럼 동력도 전기도 없었던 때에 연자방앗간에서 그토록 힘을 들여가면서 백미를 제조하여 이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현미로 밥을 짓는 것보다는 백미 밥이 맛이 있기 때문이다. 정미소에서 현미의 바깥층을 많이 깎아 낼수록 밥은 부드러워지고 맛이 좋아진다. 쌀이 크게 부족하여 절미(絶米)운동을 벌였던 1960년대와 70년대에도 현미밥을 권장하지는 않았다. 부족했던 쌀을 더욱더 절약하기 위하여 흰쌀밥만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고까지 하고, 보리쌀과 잡곡을 함께 먹는 혼식장려 운동을 범국가적으로 전개하면서 각급 학교에서는 도시락 검사까지 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절미운동의 영향이 일부에서라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면 이것은 하루속히 버려야 할 쌀에 대한 잘못된 상식 중의 하나이다.
 

그 당시의 흰쌀밥에 대한 잘못된 홍보는 단순히 쌀을 아끼고자 하는 운동에 불과하였다. 원래 음식이란 영양 가치만 가려서 먹을 수만은 없다. 어떤 식품이 아무리 영양 가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맛이 없다면 누가 매일 먹겠는가. 한두 끼 약으로 먹을 수야 있겠지만 밥처럼 주식으로 이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게 되면 이구동성으로 맛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최근 우리 국민의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정부는 남아도는 쌀에 대한 처분을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쌀 소비량 감소는 청소년층으로 갈수록 심하다는데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 청소년들의 식문화가 서구화된 원인도 있겠지만 일부 매스컴에서 탄수화물은 살이 찐다는 이유로 밥을 피하게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식성을 패스트푸드로부터 밥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최고급의 쌀로 맛있는 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초·중·고의 학교급식에서는 반드시 최상품의 쌀로 맛있게 지은 밥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노력은 무엇보다도 대단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쌀밥은 살을 찐다는 잘못된 상식은 이제 고쳐져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밥을 먹게 하는 것은 그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우리 쌀의 지속적인 소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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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9, 2020 at 03:4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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