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시스템에서 유럽팀들 경기
영국 정부 “모든 수단 동원해 막겠다”
기득권 위협받는 국가·협회 등 ‘반대’
19일(현지시각) 영국 리즈에서 축구팬들이 유러피안 슈퍼리그 출범에 반대하는 깃발을 들고 있다. 리즈/AFP 연합뉴스
유럽 축구 ‘빅클럽’들만 모인다는 유러피언 슈퍼리그(ESL)의 출범을 놓고 전 세계가 격론에 빠져들었다. 큰 재미와 엄청난 수익이 보장된 또 하나의 국제 축구리그일 뿐이라는 주장과 미국 자본에 의해 유럽 축구의 특성이 무너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0일 현재 슈퍼리그 참가가 확정된 구단 12곳 중 영국 구단은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토트넘 등 6곳이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3곳과 유벤투스, 에이시(AC)밀란, 인터밀란 등 이탈리아 구단 3곳이 참가하기로 했다. 슈퍼리그는 여기에 3팀을 추가하고, 해마다 5팀을 선정해 총 20개팀으로 리그를 운영할 방침이다. ‘축구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영국 정부가 매우 강하게 대응한다. 비비시>(BBC)의 19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올리버 다우든 문화부 장관은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이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슈퍼리그 참가 구단은 정부와 납세자의 도움을 크게 받았으며, 이들은 그 대가로 납세자에게 진 의무에 관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리그 참가 구단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조사 중이라며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옵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전날 “슈퍼리그 참가 6개 구단은 세계적 브랜드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국 축구팀들은 각 지역에서 시작한 만큼 지역 팬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르투갈 정부도 “슈퍼리그에 반대한다. 사회적 측면에서 리그를 보전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포르투갈의 경우 자국팀이 슈퍼리그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은데, 유럽을 넘어 세계화된 축구를 지향하는 리그가 생기는 것이 반가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슈퍼리그의 출범을 둘러싼 갈등이 축구 기득권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대결이라는 시선도 있다. 앞서 유럽축구연맹과 유럽 각국 축구협회, 국제축구연맹(FIFA) 등은 슈퍼리그 출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등생’들만 모인 또 하나의 리그가 생겨 본인들의 기득권이 침해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이다. 미국계 자본의 본격 침투라는 시선도 있다. 슈퍼리그는 주로 유럽팀이 참가할 예정이지만, 이에 필요한 자본은 미국계 은행인 제이피(JP)모건이 조달한다. 제이피모건은 슈퍼리그를 위해 60억 달러(6조7천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유럽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챔피언스 리그의 경우 우승 상금이 200억원 대인데 반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슈퍼리그는 참가만 해도 해마다 2000억원 이상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팀들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게다가 슈퍼리그 20팀 가운데 미국팀이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리그 운영도 미국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축구리그가 상·하부 리그를 기반으로 ‘강등 제도’가 있는 ‘열린 리그’인데 반해, 슈퍼리그는 최소 15개팀을 고정으로 하는 ‘닫힌 리그’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나는 축구의 경쟁적인 측면을 좋아한다”며 “웨스트햄이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웨스트햄이 이에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이피모건은 이 리그의 중계권을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티티 서비스 역시 미국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 자본과 시스템 아래서 유럽 축구팀들이 경기를 하는 것이다. 독일축구협회의 크리스티안 세이퍼트 회장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몇몇 상위 팀들의 경제적 이익이 유럽 축구의 기존 구조를 폐지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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